퇴사 회고록



- 두번째 퇴사 후에 모교 대학교 앞 카페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다. 매우 즐거워 보인다. -





26살 여름에 두번째 퇴사를 했다. 23살에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1년 반의 근무, 그리고 퇴사. 2년의 근무를 다니면서 맞이한 퇴사이다.


첫 번째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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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 2019.06.19
Continental Automotive Systems.



  • 담당 업무 : Transmission Application Architecture & QA
  • 프로젝트 유압 펌프
    • 변속 패턴
    • SBW System
    • 그 외 …




느낀점
한때 가장 가고 싶은 회사이자 꿈에 그리던 회사였다. 이 회사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는 마음에 어떠한 회사도 지원하지 않은 채 이곳 한 곳만을 지원했다. (한번에 합격이 되어서 놀랐다)
학생 때 나는 자동차를 좋아했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SW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었다. 한국 자율주행 개발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었기에 자동차 SW 개발을 우선으로 시작하여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자율주행 SW 개발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곳이 꿈에 그리던 회사의 변속기 System 개발 팀이었다.

System 개발 팀에서 나는 System Engineer 가 되어 Client 의 Requirement 를 가지고 SW Architecture 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SW 의 QA를 담당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SW 팀에 들어가 SW 개발자가 되기를 원했으며 이를 회사에 어필을 강하게 했었다. 하지만 본전공 기계공학과 그리고 복수전공 SW 의 학력 때문에 그런지, 나의 합격이 SW팀의 TO로 진행되지 않았기에 원치않았던 System 개발 팀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원했던 시작은 아니었지만, 업무는 꽤나 매력있고 재밋었다. Client 의 Requirement 를 가장 먼저 만나 해석하고 이를 현재 System 에 어떻게 녹여 적용할까에 대한 고민은, 개발에 있어서 [SW Architecture 설계] 를 내가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System 개발 단계에서 Requirement 에 대한 Architecture 설계를 진행하고 이를 SW 개발팀에게 넘기기 때문에, 만약 내가 SW 개발팀을 처음부터 갔었더라면 System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설계하는 경험을 맛볼 수 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 System 개발 업무는 꽤 매력있는 일이었다.
QA 또한 재미있는 점이 많다. 내가 설계한 System의 작업물을 (SW팀으로부터)받아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System 변화를 직접 느끼고 두 눈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은 개발자로써 남다른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로직을 새로 추가하거나 변경하면 주행차량의 느낌이 미세하게 또는 확연하게 변했으며, 동시에 유압, 변속, 속도 등의 데이터 변동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로직이 발생하는 주행상황을 발생시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귀찮음을 요구하는 꽤나 어려운 일이지만, 이 노력이 성공해서 원하는 데이터와 주행상황을 얻었을 때는 상당한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너무나도 좋은 선배님들, 사수, 동기들 그리고 팀장님을 만나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으며 업무에 임했었기 때문에, 입사하자마자 업무를 바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것들을 이겨내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수님은 내가 퇴사를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였을 정도로 너무 좋은 분이셨다. 업무를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도록 항상 도와주시고, 업무에 막힘이 발생하면 망설임없이 함께 해주시는 분이었다. 이런분을 다른 곳에서 감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퇴사를 진심으로 걱정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운전도 알려주셨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건 나름의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컸던건 SW를 만지는 업무를 진행하고 싶었다는 것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실제 코딩을 할 수 있는 쪽으로 다른 회사를 알아봤고 다행히 합격하여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두 번째 회사


skhynix_logo




2019.07.01 - 2021.06.15
SKHyhix.



  • 담당 업무 : Mobile UFS FTL
  • 프로젝트
    • Map & Cache 개발
    • (보안상 자세히 쓰지 않겠다)



느낀점

첫 국내 대기업이었다. 2017 - 2018 년 반도체 산업의 눈부신 호황기로 인해 대학교 동기의 대부분이 삼성과 하이닉스에 입사를 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자동차 산업을 고른 소수 무리에 속했었기에, 친구들의 즐거운 PS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것은 꽤나 아쉬운 점이었다. 약간의 씁쓸함 때문이을까. 목적이 어찌 되었든(SW 를 다루고 싶다는 이직 목적) 돌고 돌아 두 번째 회사로 나 또한 반도체 반열에 뛰어들었고 PS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매우 설레였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어떤 PS도 상상했던 대로 받지 못했다. 본인이 반도체 산업에서 일한 시기는 반도체 호황기가 끝나 오히려 ‘Winter is Coming’ 을 견뎌야 하는 시기였다. 회사 선배님들도 가장 안타까운 입사 기수들이라고 표현한걸 보면 말 다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 대기업의 높은 연봉은 겪지 못했지만, 대기업의 업무 Flow를 배우고 무엇보다 기대했던 SW 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SW 개발자로써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첫 경험이었다.


우선 내가 담당했던 업무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Mobile 제품에 들어가는 NAND Controller 의 FW, 그 중에서도 UFS FTL 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 중에서도 Map Data 의 Cache 정책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Cache 정책은 Data 를 신속하게, 정확하게 처리해주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때문에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성능적인 관점을 깊게 봐야하는 개발 부분이기도 하다.

이 회사로 이직하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제품의 성능향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 싶으면 얼마든지 기존의 로직을 뒤집으면서 까지 변화를 혁신적으로 수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존 보수적인(생명과 연관이 되어 있기에 민감한) 자동차 업계에 있었다 보니, 이렇게 주저없이 내부 코드 변경을 진행하는 것은 개발자 입장으로써 무척이나 재밋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만큼 수 많은 디버깅과 전쟁을 치뤄야 하지만, 전체 코드에 좋은 영향을 줄 수있는 개발 Item 은 누구나 제안할 수 있고 누구나 적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안전한지, 성능 향상을 이끄는지에 대해선 내부에 철저한 프로세스가 추가적으로 존재하지만 변화에 있어서 수용적이라는 것은 매우 재밋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개발자의 목소리를 존중해주는 분위기는 더 새롭고 성능개선 Item 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었다.

사람에 대해서 말을 해보면, 이런 좋은 회사 그리고 팀이 또 있을까 싶다. 예전에 들었던 말 중 ‘회사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 없으면, 그 회사를 나갈 때가 된거다’ 라는 말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이 회사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있고, 성장하고 싶은 목표가 있어야하며 아닐 경우 다른 곳을 떠나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나의 발전을 멈춰서는 안된다. 의 의미로 들렸기에 정말 기억에 남았다. 팀에서 만나뵌 사수님은 정말 멋있는 분이었다. 멋있다라는 말로만 끝날 수 있을까. 상냥하시고 밝으시며, 누구보다도 똑똑하시고 철저하시고 개발에 있어서 엄격하셨다. 모든 회사에 이런분이 계셨다면 그 회사는 모두 성공할 것이다. 때문에 나의 롤 모델은 내 사수님이었고 이런 모습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했었다. 비록 지향하는 개발의 방향이 변경되어 회사를 나가게 되었지만, 그런 모습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아직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동료가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없이 항상 발벗고 나서준 우리 팀원들. 개발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해준 팀장님. 이런 분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던 내 인복에 너무 감사하고 있다.


현재의 나는 제조업계를 벗어나 IT 개발자가 되기 위해 위의 회사 경험들을 등에 업고 새로운 길로 걸어나가고자 한다. 되고 싶은 모습, 지향하는 개발자가 계속해서 변해가고 구체화 되는 것이 너무 즐겁다. 또 이렇게 걸어나가는 나 자신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응원도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길고 짧은 회사생활 만난 모든 경험들에 감사하고, 나 자신 또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할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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